오늘 동호회에서 진행한 맞잡기 연습은 최근 운동 중 가장 생각할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레슬링을 하면서 강한 압박스타일의 레슬링보다는 부드러운 스타일의 레슬링이 필자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필자의 근력 자체가 남들보다 약하다는 생각에서 그나마 나은 유연성을 더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체육관에 찾아오시는 초보자분들에 맞춰 힘을 빼고 받아주는 목적의 움직임을 자주 하다 보니 필자도 모르게 힘을 필요 이상으로 빼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듯하다.
(이건 좀 변명이라 생각하긴 하는데... 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반응속도도 예전만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초보자를 상대로도 태클 타이밍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나 하는 난감한 요즘이었다.
그러던 와중 이번주 동호회 활동 전 허리가 계속 좋지 않았고, 그 참에 S씨의 도움으로 내 맞잡기를 본격적으로 뜯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당연히 최악.
기본적인 무게 싣기도 되지 않고, 그립도 깊지 못하며, 스텝도 워킹스텝을 쓰며 뒷발로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까진 S씨가 항상 말씀해 주시던 부분이었기에 계속 신경 쓰며 스파링시 고치려 하던 부분이었으나
오늘 가장 큰 문제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발단은 자신에게 평소보다 힘을 더 써서 맞잡기를 해보라며 S씨가 상대를 해주었고, 유심히 내 움직임을 살펴보던 S씨가 필자의 맞잡기를 필자에게 사용해 보겠다며 직접 필자의 움직임을 흉내 내준 것이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단순히 맞잡기 중에 힘만 빼고 있어서 상대방에게 압박이 전가되지 않은 줄로만 알았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필자의 움직임을 바라보니 아예 붙질 않고 중장거리에서 혼자서 좌우로 휘적휘적 상대방의 팔을 밀쳐대고만 있었다.
S씨는 이런 움직임은 상대방을 전혀 묶어두지도 못할뿐더러 상대방의 입장에서 스텝을 조금만 툭 툭 움직여주면 중심을 잡고 너무 쉽게 방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필자 또한 S씨의 흉내에서 같은 것을 느꼈다.
충격이었다.
상대방 입장에 서보니 필자는 단순히 힘만 주지 않던 것이 아니라 관객 앞에서 혼자서 마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움직임만 보고 있어도 방어가 되는 기이한 맞잡기였던 것이다.
작업을 할 때, 한 가지 대상에 너무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럴 땐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대상을 전체적으로 다시 바라보면 눈치채지 못한 오류가 보이게 된다.
운동영상을 찍어 다시 보다 보면 잘못된 모습들이 보이듯 말이다.
오늘의 맞잡기가 그랬다.
덕분에 필자의 맞잡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를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슬링의 기술들이 모두 그렇듯
전후좌우 위아래 밀고 당기기를 통한 상대방 움직임의 유도가 없이는 아무리 깔끔한 자세의 기술을 익히더라도 실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장전하지 않은 총을 가지고 수천번의 방아쇠 당기기 연습을 해 완벽한 자세를 만들어도 실탄을 장전하고 한 발 쏘는 순간 그동안 다듬은 사격자세가 무색하게 총구제어가 안되듯이 레슬링도 압박을 주고받는 상황에 던져져야 비로소 기술을 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군대 PRI로 하는 진동제어훈련은 정말 의미가 있는 연습인가 싶다)
오늘 느낀 점을 절대로 잊지 말고 항상 곱씹으며 연습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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